신학기…'대인관계'로 고민하는 청소년들

우울, 불안 등 정신건강 고민 많아져...전문상담 필요

中 '일탈·비행·스마트폰·게임'...高 '성 고민' 새로 등장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지난해 또래상담 분석결과

(서울=뉴스1) 염지은 기자  2014.04.13

또래상담 활동 모습(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제공)                                                                       

(서울=뉴스1) 염지은 기자 = 새 학년이나 새 학기가 시작된 직후 학생들이 '대인관계' 문제로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이 되면서는 일탈·비행, 스마트폰·게임 관련 문제로 고민하는 경향이 새롭게 나타났다.

고등학생이 되면서는 중학생 시절에는 고민하지 않던 성관계, 피임 등 성(性)관련 문제로 친구들과 상담하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원장 권승)이 여성가족부, 교육부와 함께 진행한 2013년도 학교폭력 예방 또래상담 사업에서

실제 또래상담자가 진행한 상담사례의 실태를 분석한 결과다.

13일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에 따르면 또래상담의 경향성을 살펴보기 위해 2013년도 또래상담 우수사례 공모전에 접수된 전국 16개 시·

도(세종시 제외) 280건의 상담사례에 대한 분석을 실시했다.

분석 결과 초·중·고 학생들의 또래상담은 신학기가 시작된 직후인 4월과 2학기가 시작된 직후인 9월 급격히 많아졌다. 겨울방학 기간인 12월

부터 2월까지는 상담 건수가 가장 적었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역량개발실 학교폭력예방팀 서미 팀장은 "새 학년이나 새 학기가 시작된 후 학생들이 심리적인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같은 또래의 친구에게 털어 놓는 가장 큰 고민의 내용은 친구나 가족 관계 등 '대인 관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은 또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업·진로와 관련된 어려움을 또래 친구들에게 호소하고 있었다.

서미 팀장은 "특히 우울, 불안 등 정신건강과 관련된 어려움으로 도움을 청하는 청소년의 비율 역시 높아지고 있어 전문적인 상담서비스와

의 연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사에서는 또한 중학생의 경우 초등학생에 비해 일탈·비행, 스마트폰·게임 관련 문제로 상당하는 경향이 새롭게 나타났다.

고등학생의 경우는 중학생과 유사한 상담 경향을 보였으나 성관계, 피임 등 성 관련 문제로 상당하는 사례가 새롭게 조사됐다.

또래상담자들의 상담 시간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길어졌다. 하나의 상담 사례에 대해 친구들을 돕는 기간은 초등학교의 경우 40.2일, 중학교

76.4일 등으로 나타났다.

서미 팀장은 "이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호소하는 문제가 보다 심각해지고 구체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래상담은 동성친구에게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전체 280건 중 258건으로 이성보다는 동성의 또래상담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또래상담은 같은 또래의 청소년 친구들이 일정한 훈련을 받은 후에 왕따나 학교폭력 문제 등 또래들이 겪는 고민에 대해 상담을 통해 도움

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이 1994년 미국의 '피어 카운슬링'(peer counseling) 제도를 국내 실정에 맞게 도입

하면서 시작됐다.

또래상담자는 친구의 고민을 들어주고 격려해 주는 정서적 지지자, 학급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어려움을 당하는 친구를 돕는 조력자, 친구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는 문제 해결자 등의 역할을 한다.

학교 내에 솔리언또래상담동아리, CA반, 창의적체험활동 프로그램으로 개설된 경우에 가입해 활동할 수 있으며 가까운 청소년상담복지센

터 내 솔리언또래상담동아리를 통해서도 활동할 수 있다. 또래상담 지도교사의 지도 아래 약 15시간 정도의 또래상담 교육을 받은 후 활동

하게 된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는 약 13만명의 또래상담자가 활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2년 또래상담 운영학교는 3320개교로 또래상담자 6만

6681명이 신규로 교육을 받아 활동했다. 지난해에는 운영학교 5217개교에서 또래상담자 7만7233여명이 신규로 교육을 받았다.

2013년에는 7310명이 지도교사로 양성됐다. 이중 3900명이 신규로 교육을 받았다. 청소년관련기관 근무자, 학교 교사, 상담관련학과 학사

또는 석사 수료자, 전문대 졸업 이상이면서 상담관련 실무 2년 이상인 자 등이 교육 후 또래상담 지도교사로 활동할 수 있다.

또래상담자 활동을 한 학교의 학생들은 학기 초에서 학기 말로 갈수록 학교생활만족도 및 학급응집력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이 지난해 5월부터 연말까지 전국 17개 시·도의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또래

상담자가 배치된 학급의 경우 학기 초와 학기 말의 학교생활만족도가 75.2점에서 76.4점으로 상승했다. 학생들의 리더십, 대인관계, 의사소

통 능력 등이 향상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또래상담자가 배치되지 않은 학급의 경우 학기 초와 학기 말의 학교생활만족도가 75.6에서 75.4로 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