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들의 잘못된 자아표출 '사이버 자해'
최근 BBC뉴스 매거진에서는 10대 사이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Cyber self-harm 증상에 대해서 보도했다.
이는 청소년층이 온라인상으로 스스로를 비하하고 따돌리는 현상으로 사이버 자해, 혹은 사이버 자기따돌림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인터넷 문화가 발전하면서 익명성이라는 가면 뒤로 악플, 사이버 왕따 등 상대에게 피해를 주던 부정적인 요소가
이제 자해와 자기비하까지 연결되었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인터넷이라는 기술의 발전으로 생긴 어두운 단면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을까.
여전히 인터넷을 하지 마라, 라는 주먹구구식의 해결책을 내놓는 어른들은 사이버 자기비하를 자행하는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사이버 자해는 자해의 또 다른 모습이 온라인으로 드러난 것이기 때문에 이 같은 상황을 청소년들의 심리적인 압박과
감정적인 상처를 끊어내기 위한 하나의 심리적 현상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자해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이미 잘 알고 있다.
본인에게 내재된 감정을 표출하는 것에 부모나 누군가가 괜찮다, 라고 안정감을 주지 않을 때
외부에 풀지 못하여 자기 자신에게 푸는 것이 자해이다. 자신을 괴롭게 할 수 있도록 허락한 것이 본인 스스로뿐이기 때문이다.
결국 자해의 끝은 자살로 이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에게로 돌리는 감정 표출을
자연스럽게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사이버 자해도 마찬가지다.
그저 인터넷 문화의 하나로만 인식한다면 결코 이 문제는 풀릴 수 없을 것이다.
실제적으로 어떤 사례들이 있는지 찾아보면서 사이버 자해의 심각성을 짚어보았다.
자기가 쳐놓은 함정에 빠지는, 자기가 한 거짓말에 속는 아이들
최근 조사 자료에 따르면 인터넷 언어폭력, 사이버 따돌림의 수치가 점점 더 높게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이라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온라인상의 문화가 잘못된 방향으로 잡혀가 이러한 문제점이 생겨난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는 온라인 학교폭력이라 불리는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에 대책을 마련하는
캠페인을 펼치는 등 각종 민간단체에서 피해사례를 분석하고 예방책을 내놓았다.
또한 사이버 왕따를 사이버 범죄에 포함시켜 명백한 범죄행위임을 법에 명시했다.
그럼에도 학교 폭력은 온라인으로까지 확장되어 여전히 큰 문제를 가지고 오고 있다.
이는 외상이 드러나지 않는 정신적인 충격을 가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따돌림의 경계까 모호해지고,
그 증거를 찾기 어려워서 뚜렷한 해결책을 찾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
SNS나 스마트폰으로 번진 학교폭력은 ‘나의 문자 내용을 계속 비난하는 발언을 한다’, ‘채팅할 때 나를 없는 사람처럼 무시한다’, ‘SNS 등으로 집단적으로 욕을 한다’, ‘SNS 등에 내가 입장하면 퇴장한다’, ‘문자로 죽이겠다고 협박한다’, ‘SNS 등으로 성적인 농담을 한다’, ‘와이파이셔틀을 시킨다’, ‘게임 레벨업을 시킨다’, ‘문자로 위협적인 합성사진 등을 보낸다’와 같이 다양하고 고차원적인 형태를 보인다.
이렇게 되니 단순 장난과의 경계가 모호해 가해자는 물론 교사 등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생긴다.
하지만 폭력행위가 방과 후에도 지속된다는 점에서 사이버 왕따는 그 어떤 폭력의 행위보다
민감하고 예민하게 대응해야만 한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의 문제점이 더 생긴다. 언제나 익명으로 된 낯선 이로부터, 혹은 학교에서 나를 괴롭히던
친구로부터 사이버 폭력을 당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나를 괴롭게 하고 나는 친구가 없고, 나는 매력이 없다는 사실을 인터넷에 폭로하는 사람이 바로 자기 자신이
되는 경우가 있다. 사이버 자해(Cyber self-harm)가 바로 그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들 스스로 인터넷 언어폭력을 자행하고 있다.
사회단체의 미디어전문가들은 이것을 청소년층에서 발견하는 또 다른 긴급한 문제 중에 하나라고 일컬었다.
매사추세츠 공격성 감소 센터(Massachusetts Aggression Reduction Centre, MARC)는
167명의 학생들을 인터뷰하여 조사한 결과 9%의 학생들이 아무도 몰래 그들 스스로 사이버 왕따를
자처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사이버 자해에 처음으로 주목한 인물 중 하나인 청소년 문화&기술 전문가인
다나 보이드 박사는 “아이들이 익명성을 이런 모습으로 강화시키는 것은 결코 미래가 밝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며 “내가 밝히는 사실은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할 것이다.”라고 전하며 조사결과의 충격성에 대해 강조했다.
익명의 가면 뒤에 숨은 또 다른 자아, 왼손으로 오른손 찌르기
자해, 자기비하를 보호하고 도움을 주기 위해 설립된 영국의 자선단체 selfharm.co.uk 에서는
이곳으로 실제 사이버 자해에 관한 도움을 청한 두 아이의 이야기를 재화하여 발표했다.
김 모 양(가칭)은 15살 때부터 익명으로 사이버 자해를 감행해왔다.
그녀는 그녀 스스로 욕설이 담긴 메시지를 남기기 위해 여러 개의 프로필을 만들고 각자 다른 이름을 사용했다.
“나는 못생겼어.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야. 나는 사랑받지 못해” 모두 김 모 양의 머릿속에서 나온 말들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만약 제가 다른 사람이 쓴 그 글을 읽는다면 그 말이 진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비록 본인이 꾸며낸 ‘다른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즉, 그녀는 자기가 만든 다른 이름의 아이디로 자신에게 비하하는 글을 남긴 것이다.
왜 그런 일을 했을까? 자기가 그런 사람이 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드러나지 않았을 뿐,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
사이버 자해의 타입은 자기가 직접 다른 아이디로 남기는 것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다른 종류로는 부정적인 댓글이 달릴 것을 예상하고 사람들에게 개인적인 질문을 하는 것 역시 포함된다.
예를 들어 “내가 매력이 있나?” 라고 글을 남겨 사람들이 댓글로 부정적인 말들을 달도록 일부러 유인하는 것이다.
또, 그런 댓글들을 보며 자신은 그런 사람이라고 믿는다.
“그런 댓글은 내가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나는 더 별로인 사람이구나, 저를 납득시키게 해요.” 1
6세의 정 모 군(가칭)은 그렇게 말한다. 정 모 군 역시 selfharm.co.uk 에 도움을 요청하며 이와 같이 밝혔다.
“눈에 보이는 외상을 남기지는 않지만 이것은 이미 심리적으로 큰 데미지를 얻은 어린 아이들로 하여금
감정적인 상처를 남기게 합니다.” selfharm 단체의 책임자인 레이첼 웰치는 김 모 양과 정 모 군의 두 가지 현상에 대해
이와 같이 말했다. 그녀는 이런 상황이 이제 막 수면 위로 나타났지만 매우 위험하다고도 덧붙였다.
김 모 양과 정 모 군의 사례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닌 사이버 자해, 사이버 자기비하는
새로 제기되고 있는 사회적 문제이다. 심리적으로 혼란이 잦은 시기인 청소년기에 이와 같은 잘못된
감정 표출의 방법이 지속된다면 향후 자신의 정신건강을 제어하는 법을 제대로 깨우치지 못하게 된다.
또한, 성격 형성과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인터넷이라는 또 다른 자기 공간에서 은밀한 자해 행위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미숙한 자기표현을 하고 있다.
마치 왼손으로 오른손을 찌르고 오른손으로 멍들게 하고 왼손으로 막아내는 것처럼.
잘못된 방법으로 자아를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 두어야겠다는 의지를 꺾는 것 : ‘창피함’ ‘알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사이버 자해를 계속 하던 그들에게도 그만 해야 한다, 이것은 옳지 않다, 라고 깨우치는 순간이 올 때가 있다.
그러나 2차적인 문제점이 여기서 발생하게 된다. 자신이 했던 사이버 자해와 사이버 자기비하가 알려질까 봐
두려워하게 되는 것이다. “그들은 정말 두려운 것을 곧 알게 됩니다.
온라인에서 자기 자신에게 욕설이 담긴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 노출되는 것에 대한
모욕감과 창피함이 바로 그것이죠.”라고 레이첼은 말했다.
저명한 청소년 심리학자들 역시 청소년들에게 창피함에서 오는 두려움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동의한 바 있다.
런던의 NHS Foundation Trust의 연구원이자 디지털 활용과 새 과학기술 전문의인 리차드 그라햄 박사는
“청소년들에게 있어 외모를 꾸미는 것과 그룹에 속한다는 것, 그 두 가지는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어른처럼 보이기 위해 하려는 행위들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어린아이처럼 비춰지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두려워합니다.” 라고 전했다.
다행히도 김 모 양과 정 모 군은 도움을 받고 그들이 했던 행동들을 그만 두었다.
하지만 여전히 가장 큰 문제점은 남아 있다. 아이들을 이끌어 가야 하는 어른들이 대부분 이 문제에 대해서
기술적인 것을 탓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마주한 정신적인 이슈와 사회 전체에 해당되는 문제는
그저 인터넷이라는 기술을 통해 드러난 것뿐인데 ‘컴퓨터’가 문제인 것으로 치부한다.
이러한 현상은 “인터넷을 하지 마라.”, “컴퓨터를 그만 해라.” 라고 막는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Microsoft Research의 선임 조사원인 보이드 박사는 “기술은 우리의 일상생활의 좋고 나쁜 것들을
반영하는 거울입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일어나는 깊이 있고 심도 있는 문제들을 단순히 과학기술의 문제로
탓하기 쉽죠. 심지어 다른 전문가들도 청소년층의 문화를 과학기술적인 차원으로
해석하려고 하는 경향이 종종 있습니다.” 라고 말하며 청소년기에 보여지는 현상들에 더욱 집중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이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부모님들 역시 그저 인터넷을 탓할 것이 아니라 온라인상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관심 있게 지켜봐야만 한다. 인터넷은 하나의 또 다른 이웃동네이자
또 하나의 놀이공간이며 새로운 공동체이다. 우리는 아이들이 길거리에서 조심히 노는 법을 알려주는 것처럼
이제 온라인에서 건강하고 안전하게 지내는 법을 가르쳐줘야만 한다.
더 이상 ‘나는 인터넷을 이해하지 못하겠어.’ 라는 말로 우리의 책임을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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